055형 구축함과 H-6 폭격기 황옌 섬
남중국해 영유권 수호를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가 지난 1월 31일부터 황암도(스카버러 재초) 영해와 영공 및 인근 수역에 해·공군 전력을 전격 투입해 전투준비태세 순찰을 감행했다.
이번 작전에는 1만 톤급 최첨단 '055형' 구축함 함양함이 이끄는 수상함대와 함께 H-6K, H-6J 전략폭격기 편대가 투입됐다. 특히 YJ-12 공대함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 H-6K 폭격기는 Su-30MKK 장거리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황암도 일대를 초계 비행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대규모 무력 시위를 두고 필리핀을 겨냥한 직접적인 대응 조치로 분석하고 있다. 친서방 성향의 필리핀 정부가 중국이 실효 지배 중인 영토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데 이어, 해당 도서 일대를 자국 군사훈련 구역으로 지정하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남부전구가 필리핀이 지정한 구역에 폭격기와 전투기, 그리고 해군 최정예 수상함까지 전격 투입한 것은 황암도(스카버러 재초) 영해와 영공에 대한 중국의 실효 관할권을 명확히 과시한 행보다. 중국 관형 매체들은 이번 작전으로 "필리핀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훈련 구역을 무효화하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전했다.
이번 훈련에서 특히 주목받은 대목은 단 8척만 전력화된 '055형' 구축함의 전격 투입이다. 055형은 동아시아는 물론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상전투함으로 꼽힌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역시 주요 보고서에서 "055형은 현재 해상에 배치된 다목적 수상전투함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며 "중국 해군의 독자적인 장거리 전개 및 기동부대(Task Group) 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격상시켰다"고 평가한 바 있다.

055형 구축함은 지상 타격부터 미사일 방어, 대공, 대잠, 대함전에 이르기까지 전 천후 작전 능력을 갖춘 다목적 수상함이다. 핵심 무장으로는 112셀의 수직발사관(VLS)을 탑재해 대공·지상 타격·대함 미사일 등 다양한 유도탄을 운용한다. 여기에 극초음속 대함 탄도미사일인 'YJ-21(YJ-20)'이 일부 통합됐으며, 2026년까지 완전한 실전 운용 능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황 파악 능력(상황인식 능력) 역시 단연 독보적이다. 수평선 넘어까지 탐지할 수 있는 이중 대역(Dual-Band) 레이더를 탑재했는데, 이는 미 해군이 줌왈트급 구축함에 도입하려다 결국 실패했던 'SPY-3/SPY-4' 레이더 시스템과 유사한 체계다.
단 한 척의 055형 구축함이 지닌 전투력만으로도 필리핀 해·공군 전체 전력을 압도한다. 중국이 이번 작전에 055형 구축함을 전격 투입한 것 역시 가상 적국들을 향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H-6 폭격기는 약 270대가 실전 배치되어 있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운용되는 폭격기 기종이다. 소규모로 생산되는 러시아의 Tu-160을 제외하면 현재 양산 체제를 갖춘 유일한 폭격기로, 중국 인민해방군 해·공군에서 핵심 임무를 맡고 있다.
이번 초계 비행에 투입된 폭격기 중 일부에는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인 YJ-12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대에 개발된 YJ-12는 함대의 방공망을 고속으로 돌파하기 위해 제작된 무기다. 미 해군대학원 리뷰(United States Naval War College Review) 보고서에 따르면, YJ-12는 서방의 동급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우수하며 함정의 요격 사거리 밖에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H-6 폭격기는 YJ-12의 후속 무기인 YJ-21을 탑재하면서 표적 타격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YJ-21은 055형 구축함에 탑재된 YJ-20 미사일을 공중 발사용으로 개조한 변형 모델이다.

상대적으로 작고 단일 전력인 '052D형' 구축함 한 척만 투입했더라도 필리핀을 겨냥한 무력 시위로는 충분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이번 훈련에 최정예 전력을 대거 끌어모은 것은 필리핀의 전략적 동맹국들, 즉 미국과 일본, 호주 등 서방 블록을 향해 압도적인 해군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훈련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 중국의 대함 미사일 전력 강화는 최근 미 국방부(펜타곤)의 워게임(가상 전쟁 수행 연습)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해당 워게임 분석에 따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미사일과 우주·사이버 전력을 총동원해 미 해군의 최첨단 항공모함 전단을 무력화하고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춘 항공모함 전단을 상대할 때는 YJ-12와 같은 초음속 미사일, YJ-20·YJ-21 등 극초음속 미사일, 그리고 다양한 아음속 미사일을 혼합 운용하는 방식이 상호 보완적인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무력 시위에 나선 시점은 미 해군이 이란과의 긴장 고조로 역내 주요 전력을 중동으로 차출·재배치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미 군당국의 구축함과 폭격기는 중국의 H-6 폭격기나 055형 구축함에 탑재된 미사일에 비견될 만한 대함 미사일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중국의 최첨단 구축함 전력 증강 속도가 미 해군보다 수배 이상 빠른 점도 이 지역의 전력 지형이 베이징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기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