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대이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소진된 무기 비축량을 보충하는 과정에서 주요 미사일과 방공체계의 인도가 최대 5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여러 방산 고객국에 통보했다. 이는 미 방위산업 기반이 중동에서의 미군 작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유럽과 동아시아 동맹국·협력국의 기존 주문까지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압박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란과의 전쟁 이전부터 여러 고객국을 상대로 납기 지연이 이어져왔고, 그 결과 아직 인도되지 못한 장비 주문이 장기간 적체된 상태다.

미국은 지난 5월 미 해군의 심각한 토마호크 미사일 부족을 이유로 일본에 인도할 예정이던 RGM-109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400발의 첫 물량 인도를 무기한 중단했다. 미국기업연구소의 아시아 안보 전문가 잭 쿠퍼는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아시아를 우선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미 국방부는 이제 중동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탄약 생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아시아 동맹국과 협력국들은 이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해군은 3월 마지막 주까지 전체 3,000~4,500발로 추정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비축량 가운데 약 1,000발을 소모한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은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미국산 무기 인도 지연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일본 회계검사원은 지난 1월, 대외군사판매 제도를 통해 5년 넘게 전에 미국에서 구매한 약 1조1,000억 엔, 69억 달러 상당의 군사장비가 아직 인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는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헝 카오 미 해군성 장관대행은 5월 22일 대만군에 인도할 예정이던 140억 달러 상당의 방산장비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고 확인했다. 대만군에 아직 인도되지 않은 미국산 군사장비 주문 잔액은 2025년 12월 이미 214억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독일은 미국산 장거리 무기의 조기 인도를 요구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지상발사형 타이폰 체계의 공급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토마호크를 생산하는 RTX 자회사 레이시온은 미국의 미사일 비축량 부족과 생산능력 제약 때문에 향후 5년 안에 독일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여러 종류의 무기 비축량이 심각하게 줄었으며, 특히 정밀타격미사일 PrSM과 패트리엇, 사드, SM-3, SM-6 방공 요격미사일, GBU-57 관통폭탄 등의 소모가 두드러졌다.

미사일 방어용 무기, 특히 패트리엇과 사드 체계의 비축량 감소는 즉시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적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비축량을 다시 채우는 데는 단순히 예산을 확보하는 것보다 생산에 걸리는 시간이 근본적인 제약이라고 경고해왔다. 록히드마틴은 PAC-3 MSE 요격미사일의 연간 생산량을 현재 약 600~650발에서 2030년까지 최대 2,000발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서방 전반에서 무기 생산을 대폭 확대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