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S35 Koalitsiya-SV 152mm 자주포
북한이 자체 최초의 155mm 자주포인 '주체-107'의 성능개량형을 대량 생산 체제에 돌입했다는 징후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개발 프로그램이 이웃 국가인 중국이나 러시아로부터의 기술 이전에 힘입었을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동유럽 전선에서 북한제 포병 무기를 상대해 온 우크라이나 군관들이 최근 증언했듯, 북한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세계적 수준의 포병 체계를 생산하고 운용할 역량이 있음을 입증해 왔다. 그럼에도 러시아와 특히 중국의 최신형 자주포가 보여주는 첨단 기술력은 이들 국가 간의 기술 및 노하우 공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북한은 평시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규모의 포병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기 생산 능력 또한 적수가 거의 없다. 따라서 북한군 포병 체계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그 어떤 기술이나 노하우 이전도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세력 균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서방의 공격을 억제하는 북한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상당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신형 SH16 자주포는 설계상 여러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주며, 이는 경쟁 자주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그 어떤 국가에도 매력적인 기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러시아에 단행한 대규모 무기 수출과 우크라이나 전선에서의 합동 작전 규모를 고려할 때, 러시아 국방부가 기술을 공유할 유인은 특히나 강력하다. 북한 방위산업 부문은 주체-107을 개발하면서 러시아의 동급 체계인 2S35 코알리치야(Koalitsiya)-SV에 관심을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 자주포는 2020년 러시아군에 인도되기 시작해 2023년 실전 배치됐다. 러시아 방위산업이 점차 늘어나는 여러 분야에서 북한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코알리치야-SV만큼은 해외에 대적할 만한 경쟁 상대가 거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체계로 남아 있다.

주체-107의 교전 거리가 60km로 알려진 반면, 코알리치야-SV는 최대 70km 떨어진 목표물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전선 후방 깊숙이 위치한 견고한 요새 진지를 공격하기 위해 특별히 개발됐다. 이 152mm 자주포는 분당 최대 20발에 달하는 발사 속도가 특히 독보적인데, 통상 동급 체계의 정상 발사 속도가 분당 6~8발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최대 사거리에서 운용할 때도 약 2m의 정밀도를 확보할 수 있어, 러시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자주포를 저격총에 비유하기도 한다. 2020년 러시아 군사과학원의 바딤 코줄린은 이 자주포의 성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코알리치야의 탄약 위력은 대단하다. 고성능 파편 곡사탄 외에도 집속탄과 장갑파괴탄(철갑탄)을 자랑하며, 비행 중 레이저로 좌표가 입력된다. 후자는 ‘크라스노폴’이라 불리며 코알리치야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이다. 포병 승무원들은 관측병뿐만 아니라 무인기(드론)가 무선으로 보내온 좌표도 코알리치야의 컴퓨터에 입력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자동으로 입력되며, 이후 포신이 스스로 목표물을 조준한다.”

여러 러시아 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공언했던 제원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낸 바 있어, 코알리치야-SV가 국가 매체들의 홍보만큼 능력을 갖추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이 자주포 개발 과정에서 얻은 기술과 노하우가 북한의 개발 프로그램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전선의 현 교전에서 포병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이 체계의 도입 규모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 그리고 해외 수출 실적이 없다는 사실은 이러한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반면 주체-107 프로그램은 코알리치야-SV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한 성능의 자주포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그 속도도 훨씬 빨라 북한 포병 전력이 러시아보다 우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이미 상당한 규모의 북한제 자주포를 도입한 바 있다. 따라서 코알리치야-SV 프로그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러시아가 원하는 규모로 대량 생산하는 데 난항을 겪는다면, 향후 러시아 국방부가 자국군용으로 주체-107을 최종 도입하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