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공군 F-16 블록 70 전투기
대만 공군이 도입하기로 한 F-16 블록 70 전투기 가운데 첫 물량 3대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록히드마틴 그린빌 공장을 출발해 텍사스주 포트워스 기지로 이동했다. 이들 항공기는 인도를 위해 수일 내 타이둥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당초 2026년 말까지 66대 전량을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생산 지연으로 인도 일정이 크게 늦어졌다. 미국은 2019년 F-16 66대 판매를 승인했으며, 이후 8년 동안 인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타이베이에서 상당한 논란이 일었다.

신형 F-16 전투기 첫 물량은 일반적인 항공기 이송 비행보다 훨씬 까다로운 비행을 하고 있다. 전투기들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 8월 17일 미국을 출발했으며, 태평양을 건너는 동안 공중급유와 정비를 위한 중간 기착이 필요하다. 대만 공군의 기존 F-16 블록 20 전투기들도 1997년 같은 항로로 이동했으며, 당시 평균 약 1시간마다 한 차례씩 모두 19차례 공중급유를 받았다. 그러나 블록 70 전투기는 컨포멀 연료탱크를 장착해 기존 외부 연료탱크보다 공기역학상 불리함을 줄이면서 추가 연료를 탑재할 수 있다. 항속거리가 늘어난 만큼 이번 이송 비행에서 정확히 몇 차례 공중급유가 필요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대만 국방부는 7월 F-16 전투기의 거듭된 인도 지연에 따른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공군 관계자들은 보상이 직접적인 금전 지급보다는 기술 지원, 예비부품 제공, 보증 기간 연장 등의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F-16 인도 지연에 따른 보상 요구는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니다. 줘룽타이 행정원장은 2025년 10월 정부가 “제조업체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 지연은 F-16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5년 12월 기준 대만군에 아직 인도되지 않은 미국산 군사장비의 미인도 물량은 214억5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신형 F-16 전투기는 현재 대만 전투기 전력의 주축 가운데 하나인 F-16A/B 블록 20보다 기술 면에서 크게 향상됐다. 블록 70에는 AN/APG-83 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와 현대화된 임무 컴퓨터, 개량된 항전·통신·전자전 체계가 적용됐다. 이에 따라 기존 블록 20보다 탐지와 추적, 다표적 교전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이번 도입은 대만 공군이 기존 F-16 전투기를 현대화하기 위해 별도로 추진해 대부분 완료한 사업과도 맞물린다. 피스 피닉스 라이징 사업에 따라 F-16A/B 블록 20 140대가 2023년 12월까지 F-16V 사양으로 개량됐다.

F-16은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이 계속되고 있는 전투기 가운데 두 번째로 오래된 기종이며, 미국과 이스라엘, 이집트 등 주요 운용국에서는 이미 퇴역이 시작됐다. 또 다른 주요 운용국인 한국과 튀르키예도 2030년대 초부터 F-16을 퇴역시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만 공군은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F-16 전력을 보유하게 된다. F-16은 냉전기 미국의 주력 전투기였던 F-15 이글보다 저렴한 대안으로 개발된 경량 단발 전투기다. 유지운용 비용이 낮아 대규모 운용에 적합하지만, 성능은 다수의 중형·중량급 전투기보다 크게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