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 전투기
우크라이나의 F-16 전투기 전력은 상당한 운용 부담과 정비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현재 절반이 넘는 기체가 유럽에서 장기간 정비를 받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 F-16 가운데 약 절반이 수리를 위해 장기간 우크라이나 밖에 머물렀다고 인정했다. 그는 10월 2일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일부 우크라이나 F-16이 유럽에서 너무 오랫동안 정비를 받으면서 방공작전에 필요한 시기에 귀중한 시간을 잃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 협력국들이 더 많은 정비 업무를 우크라이나 국내로 이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 F-16 전력의 절반 이상이 서방 소식통이 표현한 이른바 “정비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현재와 같은 전투작전과 정비 속도가 이어질 경우 우크라이나가 연말까지 남아 있는 가용 기체를 사실상 모두 소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F-16은 냉전 시기 운용비가 낮고 정비 소요가 적은 경량 전투기로 개발됐으며, 스웨덴 그리펜과 함께 서방 전투기 가운데 유지·운용이 가장 쉬운 기종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에 공여된 F-16은 1980년대 초부터 운용된 노후 개량형 기체를 중고로 넘겨받은 것이다.

F-16 전력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9월 초에는 공대공미사일의 심각한 부족으로 조종사들이 기체에 장착된 기관포를 사용해 공중표적을 요격해야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서방에서 지원받은 우크라이나 전투기 전력이 심각한 탄약 부족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준다. 공중표적을 기관포로 공격하려면 F-16이 표적에 훨씬 더 가까이 접근해야 하므로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적 전투기와 지대공미사일, 기타 방공체계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우크라이나 F-16이 주로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방공작전에 투입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미사일 부족은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

F-16은 약 300시간 비행할 때마다 엔진과 항공전자장비, 유압계통, 연료계통 등을 점검하는 정기 단계검사를 받아야 한다. 미 해군 퇴역 소장 마크 몽고메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이러한 검사가 미국에서는 통상 약 2~6주가 걸리지만, 벨기에에서는 최대 40주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공군 F-16은 운용 가능한 상태에서도 기체 노후화와 현대화 부족으로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현대형 F-16 블록 70/72는 비교적 성능이 높은 ‘4+세대’ 전투기이며, 다수의 구형 F-16도 F-16V 사업을 통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개량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공군 F-16은 냉전시대 노후형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구식으로 평가돼 온 레이더와 항공전자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도 자국 F-16이 Su-35 같은 러시아 최전선 전투기에 크게 열세라고 거듭 밝혀 왔으며, 이는 상당한 현대화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