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P-A 핵미사일을 장착한 라팔 전투기(왼쪽)와 핵폭발
핀란드는 프랑스가 확대하고 있는 전방 억제 구상에 참여해 러시아와 맞닿은 긴 국경을 유럽 핵억제의 새로운 틀 안에 포함시키고, 프랑스가 북유럽에서 핵무기 운용이 가능한 전력을 전개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다. 이번 결정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의 협의 뒤인 9월 14일 발표됐다. 핀란드의 참여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3월 새로운 프랑스 핵억제 구상을 발표한 데 이은 것이다. 프랑스는 핵무기 통제권을 유럽 동맹국에 넘기지 않으면서도 자국 핵전력에 더 폭넓은 유럽 차원의 역할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이번 결정은 2023년 4월 핀란드의 나토 가입으로 나토와 러시아의 육상 국경 길이가 두 배 이상 늘어난 뒤, 러시아를 겨냥한 유럽의 군사태세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1,300km가 넘는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발트해와 북극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다. 핀란드의 이번 구상 참여는 자국 국방정책이 크게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수십 년 동안 핀란드의 안보계획은 영토방위와 군사적 비동맹을 바탕으로 했으며, 핵무기는 국방태세에서 제외돼 있었다. 그러나 나토 가입은 핀란드의 전략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핀란드는 나토와 러시아 간 광범위한 대립 구도 안에 직접 들어가게 됐으며, 나토 핵무기를 자국에 배치하고 잠재적으로 핵공유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도 생겼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배치되는 핵무기의 수보다 지리적 변화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프랑스의 핵무장 가능 항공기가 핀란드에서 주기적으로 운용될 경우 서유럽의 핵 투발체계가 평소 운용기지보다 훨씬 러시아 영토 가까이에 전개된다. 러시아 군사계획 당국은 프랑스 전략전력이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까지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프랑스는 독자적인 핵무기 전력을 보유하고 해상·공중 기반 핵전력을 모두 운용하고 있어 이런 구상을 주도하기에 독특한 위치에 있다. 프랑스는 최신 세대 전투기를 보유하지 못했지만, 항공기를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고도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핵미사일을 탑재해 이를 보완하고 있다.

핀란드는 오랫동안 미국과의 핵공유 협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로 꼽혀 왔다. 특히 2021년 12월 핵무기 투발 임무에 적합한 F-35A 전투기 64대 도입을 결정한 뒤 이런 가능성이 더욱 주목받았다. 미국은 독일과 이탈리아, 터키, 벨기에, 네덜란드와 핵공유 협정을 맺고 있으며, 2025년에는 영국과도 유사한 협정을 체결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협정에 따라 해당 국가의 군은 핵타격 임무를 위한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대규모 전쟁이 발생할 경우 자국 영토에 저장된 미 공군 B61 핵폭탄을 제공받아 핵공격에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2025년 4월 1일 미 합참의장 지명자 댄 케인은 미국이 더 많은 나토 회원국과 새로운 핵공유 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와 폴란드는 유력 후보국으로 거론됐다. 핀란드 정부는 6월 수십 년 동안 유지해 온 자국 영토 내 핵무기 배치 금지 조치를 해제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와 미국의 핵전력이 모두 핀란드에 배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프랑스는 F-35와 호환되는 핵폭탄이나 핵탄두 미사일을 생산하지 않으며, 대규모 핵공유에 나설 만큼 충분한 핵무기 비축량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의 핵공유 협정이 체결될 경우 그 영향은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