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80BVMM 전차
러시아 국영 방산기업 로스텍이 T-80BVM 주력전차의 독특한 성능 조합을 강조하면서 이 전차의 장거리 표적 타격능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로스텍은 T-80BVM을 은밀하게 움직이는 '암살자'에 비유하며, 가스터빈 엔진과 뛰어난 기동성, 위장 능력이 신속한 측면 우회기동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전차가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소개하면서 적 방어선을 돌파하는 '강철의 공성추'이자 정찰 드론의 지원을 받아 약 10km 거리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저격수'라고 평가했다. 로스텍은 이어 “이 전차는 조용하면서도 강력한 가스터빈 엔진과 위장 능력 덕분에 적에게 탐지되지 않은 채 신속하게 측면으로 우회기동할 수 있는 암살자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로스텍이 T-80BVM을 장거리 '저격수'로 묘사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갈수록 널리 활용되고 있는 전투방식을 반영한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정찰·관측 드론을 이용해 표적을 식별하고 사격을 수정하면서, 은폐된 진지에서 직접 가시거리 밖의 표적을 공격하는 데 전차를 활용해 왔다. 이러한 운용방식은 전차가 반드시 근거리 교전에 진입하지 않고도 화력지원을 제공할 수 있게 한다. 근거리 교전에서는 대전차미사일과 지뢰, 일인칭 시점(FPV) 공격 드론 등의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의 효과는 표적 식별과 통신, 탄약 선택, 지원 무인기가 제공하는 사격 수정정보의 정확도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T-80BVM은 소련 시절 개발된 T-80BV를 현대화한 전차로, 사격통제체계와 장갑방호력, 무장 등이 개선됐다. 1,250마력의 GTD-1250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했으며, 주무장은 125mm 2A46M-1 활강포다. 주포는 일반 전차포탄뿐 아니라 포신을 통해 발사하는 유도미사일도 운용할 수 있어 장거리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수단을 제공한다. 다만 T-80BVM의 기본 장갑방호력은 소련제 T-80U보다 상당히 떨어진다. T-80U는 1990년대 내내 생산된 비교적 신형 전차였지만, 우크라이나 전구에서 전면전이 발발할 당시까지도 이를 위한 종합적인 현대화 개량사업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다.

러시아는 생산비와 유지비가 훨씬 저렴한 T-90의 생산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2001년 T-80 생산을 종료했지만, T-80은 우크라이나 전구에서 특히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T-80 특유의 여러 성능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T-80 계열의 가스터빈 추진체계는 강력한 가속성능을 제공하며, 극한의 추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시동할 수 있다. 또한 높은 출력대중량비를 확보해 험난한 지형에서도 뛰어난 기동성을 발휘하고, 극저온 환경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유지한다. 이러한 능력은 우크라이나 전구의 최전선에서 작전하는 부대를 포함해 러시아 육군 부대들로부터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T-80에 비용이 많이 들고 정비 부담도 큰 가스터빈 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한 것은 북유럽의 혹독한 환경에서 작전하고, 적대지역으로 신속히 진격해 중부유럽의 적군을 차단하는 초기 기갑부대 진격을 선도해야 한다는 요구조건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러한 설계는 생산비와 유지비를 크게 높였지만, 여러 평가에 따르면 T-80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기동성이 뛰어난 전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