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 해군

푸틴, 일본과 대치하는 국경 최전선 방문…쿠릴열도 방어태세는 얼마나 강력한가

Military Watch Magazine 편집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8월 13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열도를 처음 방문해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부 4개 섬 가운데 하나인 이투루프섬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8월 15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러시아는 이를 쿠릴열도에 대한 자국의 주권을 거듭 강조하는 계기로 삼았다. 쿠릴열도는 군사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는 지난 10여 년 동안 방어력이 비교적 약했던 전초기지였던 이 지역을 해안 대함미사일과 지상군, 방공체계, 군용 항공 기반시설, 해군 시설을 갖춘 요새화된 방어망으로 바꿔 놓았다. 특히 남부 쿠릴열도는 일본 홋카이도 바로 북쪽에 자리하고 태평양과 오호츠크해를 잇는 통로를 통제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군사력 증강은 큰 의미를 갖는다.

이투루프섬
이투루프섬

남부 쿠릴열도에 배치된 러시아 지상군의 주력은 동부군관구 제68군단 예하 제18기관총·포병사단이다. 일본 방위성은 이투루프섬과 쿠나시르섬에 약 3,500명의 러시아군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18사단은 상륙 공격으로부터 이들 섬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사단 사령부는 이투루프섬 고랴치예 클류치에 있으며 일부 병력은 쿠나시르섬에도 주둔한다. 이 사단은 고립된 섬을 방어하는 임무에 맞춰 편성됐기 때문에 러시아군의 일반적인 제병협동사단과는 편제가 다르다. 기관총과 포병, 차량화소총병, 기갑 전력을 하나의 사단에 통합한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T-80BVM 전차
T-80BVM 전차

일본 방위성 자료에 따르면 제18기관총·포병사단 예하 제49기관총·포병연대는 이투루프섬에, 제46기관총·포병연대는 쿠나시르섬에 배치돼 있다. 이 부대들은 전차와 자주포, 다연장로켓체계, 방공 장비, 헬기 등 현대식 장비로 꾸준히 재무장해 왔다. 세계에서 기동성이 가장 뛰어난 전차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혹한 환경에서의 작전에 최적화된 T-80BVM 전차도 쿠릴열도에 배치됐다. 이들 지상군은 쿠릴열도를 상시 방어하는 주둔군 역할을 맡는다. 유사시 러시아군이 추가 전력을 투입할 때 그 중심 전력으로도 기능한다.

Su-35 제공전투기
Su-35 제공전투기

이투루프섬은 쿠릴열도 가운데 군사상 가장 중요한 섬으로 꼽힌다.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4개 섬 가운데 가장 커 군사 기반시설을 배치할 공간도 훨씬 넓다. 러시아는 부레베스트니크 군 비행장 주변의 군사 기반시설을 대대적으로 현대화했다. 이투루프 민간공항도 군과 민간이 함께 사용하는 공항으로 지정했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2018년 8월 Su-35S 제공전투기 3대가 이 공항에 배치됐다. 이 시설을 이용하면 러시아 본토 기지에서 출격할 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일본 북부를 상대로 전투기를 운용할 수 있다. 전투기 수가 비교적 적더라도 새로운 요격·감시 거점이 생긴다는 점에서 일본의 항공작전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이투루프섬의 지리적 위치는 일본 북부로 이어지는 접근로와 쿠릴열도 주변 해역을 감시하는 데도 유리하다.

바스티온 체계의 P-800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바스티온 체계의 P-800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극동 지역의 해군과 공군 전력이 크게 줄면서 현지 방어는 기동식 지상발사 미사일 체계에 크게 의존해 왔다. 바스티온-P와 발 해안방어체계는 2010년대 중반 남부 쿠릴열도에 처음 배치됐다. 바스티온-P는 주로 P-800 대함미사일을 운용하며 쿠릴열도 주변에서 활동하는 적 수상함을 타격하도록 설계됐다. 발 체계는 Kh-35 계열 대함미사일을 운용하며 더 짧은 거리에서 또 하나의 해안 방어선을 구축한다.

발 해안방어체계의 Kh-35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발 해안방어체계의 Kh-35 순항미사일 발사 장면

해안방어체계를 활용하면 러시아는 주요 섬과 해상 접근로 주변에 서로 겹치는 대함 타격 구역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오호츠크해와 태평양 사이에 사실상 해상 차단선을 형성할 수 있다. 러시아는 2021년 12월 쿠릴열도 중부의 외딴 화산섬 마투아에도 바스티온-P 체계를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 체계가 주변 해역과 해협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배치됐다고 밝혔다. 병력과 장비는 태평양함대 상륙함을 통해 마투아섬으로 수송됐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전 시험을 거친 지르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차세대 해안방어체계도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S-300V 방공체계 발사대
S-300V 방공체계 발사대

현지 방공망의 핵심은 S-300V4다. 이 체계는 S-400, S-500과 함께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가장 현대적인 장거리 다목적 방공체계 3종 가운데 하나다. 2020년부터 배치되기 시작한 S-300V4는 세계 어느 장거리 방공체계보다 뛰어난 기동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궤도형 차량을 사용해 육군 부대와 함께 다양한 지형에서 작전할 수 있다. 기술 수준은 S-400과 비슷하며 현재 운용 중인 S-300 계열 가운데 가장 발전된 체계다. 최대 400㎞에 이르는 교전거리도 두드러진다. S-400과 마찬가지로 최근 탄도미사일을 통합 운용할 수 있도록 개량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21년 쿠릴열도에 군사 기반시설 51개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며 이후 30개가 넘는 건물이 완공됐다. 일본이 서방 진영과 지정학상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자국 내 서방 군사력 주둔 규모도 확대하면서 러시아의 안보 이해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어 러시아가 이 지역에 추가 전력을 배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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