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육군 르클레르 전차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 추진 중인 주력지상전투체계(MGCS) 사업의 향방을 놓고 공개적으로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고위 군 관계자들은 독일이 공동 차세대 주력전차 개발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갈등은 프랑스 르클레르와 독일 레오파르트 2 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된 유럽의 대표적 차세대 기갑차량 개발사업을 좌초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독일은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업 규모는 크게 축소됐으며, 양국은 점차 각자의 전투차량 전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번 갈등은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한 범유럽 스텔스 전투기 개발사업인 미래전투항공체계(FCAS)가 무산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불거진 것으로, 유럽의 대형 공동 무기개발사업이 실제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파비앵 망동 프랑스 합참의장은 10월 8일 프랑스 하원 국방위원회 청문회에서 전차 개발사업의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가 독일과 협력해 미래형 전차를 개발하기를 희망했지만 독일 측이 철수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의원들에게 말했다. 망동 의장은 이를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양국 군 수뇌부는 이미 미래 전차에 대한 공통 요구조건을 마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의 장애물이 작전적 문제라기보다 주로 정치·산업적 문제임을 시사한다. 그의 발언은 프랑스가 당초 계획된 공동 전차 개발이 그대로 추진될 것으로 더 이상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한 공개 신호 가운데 하나다.

독일은 MGCS 사업을 포기했다는 프랑스 측 주장을 부인했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프랑스와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해 MGCS 사업을 조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이것이 사업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독일이 미래 기갑전 기술에 초점을 맞춘 대등한 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의 엇갈린 입장은 특정 기술에 대한 협력을 유지하는 것과 공동 전차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당초 목표를 계속 추진하는 것 사이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후자가 사실상 포기됐다는 점을 문제 삼는 반면, 독일은 보다 광범위한 연구개발 협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 전차는 이미 최첨단 수준에 크게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 전구에서 높은 가치를 입증한 자국산 능동방호체계 통합에서는 이스라엘과 한국, 조선, 러시아, 중국이 유럽보다 훨씬 앞서 있다. 한국 K2는 현재 유럽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인 전차인 독일 레오파르트 2보다 현저히 우수한 나토 표준 전차로 평가된다. 중국 100형 전차는 2025년 세계 최초의 차세대 전차로 실전 배치됐으며, 이후 야심은 다소 낮지만 여전히 매우 진보한 미국 M1E3와 한국 K3, 그리고 러시아 T-14가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MGCS 개발 지연은 유럽 방산업계가 더욱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MGCS 사업은 2017년 시작됐으며, 단일 차량이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 연계된 플랫폼 계열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주력전차는 공통 디지털 아키텍처와 통신체계를 공유하는 지원 장갑차량과 무인체계, 기타 특수 전력으로 구성된 보다 광범위한 전력의 중심 역할을 맡도록 구상됐다. 그러나 사업의 산업 구조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초기에는 프랑스 넥스터와 독일 크라우스-마파이 베그만이 결합해 설립한 프랑스·독일 방산그룹 KNDS가 사업의 중심을 맡았다. 이후 독일의 또 다른 주요 방산업체 라인메탈이 2019년 사업에 참여했다. 프랑스 탈레스도 보다 광범위한 산업 협력에 합류해 전자장비와 방산체계 분야의 전문성을 제공했다.

공동 개발 구조는 매우 복잡했으며, 양국 업체들은 사업의 주요 구성품 개발과 생산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확보하려 했다. 이처럼 대규모 사업은 수십 년 동안 생산과 엔지니어링, 공급망을 뒷받침하기 때문에 산업별 업무 배분은 특히 민감한 문제였다. 주포와 포탑, 차체, 센서 등 주요 구성품을 어느 업체가 개발할지는 전차 설계뿐 아니라 수익과 고용 배분에도 영향을 미쳤다. 업무 분담을 둘러싼 갈등은 기술적 방향과 일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기 전부터 이미 사업을 지연시켰다. 이 사업의 불확실성은 프랑스에 특히 중대한 문제다. 르클레르 전차 전력이 후속 기종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프랑스는 현재 새 전차 기종을 생산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