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의 ASMP-A 핵미사일을 탑재한 라팔 전투기와 핵폭발
프랑스와 영국이 사상 처음으로 합동 공중 핵타격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영국 왕립공군의 유로파이터 전투기들이 지중해 상공에서 모의 핵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프랑스 라팔 전투기들을 호위했다. '러미'라는 암호명이 붙은 이번 훈련은 10월 20일 저녁 실시됐으며, 프랑스 전투기들은 프랑스 북동부 생디지에 공군기지에서 출격했다. 양국은 10월 23일 훈련 사실을 발표했으며, 현지 언론들은 이번 훈련이 프랑스와 영국의 핵억제 협력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훈련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025년 7월 체결한 노스우드 선언에 따른 것이다. 이 선언은 양국 간 핵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기본 틀을 마련했다.

프랑스 전략공군사령부(FAS)가 운용하는 라팔 전투기는 핵탄두를 탑재한 공중발사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지만, 영국군은 현재 이러한 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왕립공군은 미국산 F-35A 전투기 도입과 미국과의 핵공유 협정을 통해 2030년대 중반 전술핵 타격 능력을 다시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핵타격 능력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F-35는 라팔이나 유로파이터보다 기술 수준과 성능이 상당히 앞선 전투기이며, 현재 서방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5세대 전투기다.

이번 훈련은 프랑스가 유럽 국가들의 핵억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실시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6년 3월 전진억제 정책을 제시하면서 전략적 협의와 합동훈련, 핵무기 운용 능력을 갖춘 프랑스 항공기의 유럽 협력국 영토 내 임시 배치 가능성 등을 통해 유럽 국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되고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이 병력 파견을 포함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프랑스는 라팔 전투기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향후 20년 안에 4세대 이후의 차세대 전투기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현재 운용 중인 라팔 전투기 가운데 핵무장 비행대대에 배속되는 기체의 비중도 점차 높아질 예정이다.